국제투자분쟁 판정, "사모펀드 론스타, '먹튀'를 넘어 '사튀'가 맞다"

비공개로 버티던 한동훈, 국제투자분쟁ISDS 판정 요지서 공개하고 보니…
"론스타, '먹고 튀다(Eat and Run)'를 넘어 '속이고, 사기치고 튄 것(Cheat and Run)'이 맞다"
하나금융 거래 지연에 대한 책임 적용…가격 인하 의한 차액 절반 청구

정 원 승인 2022.09.09 10:55 | 최종 수정 2023.04.19 10:17 의견 0
자료제공@법무부


[메가시티뉴스 정 원 기자] 비공개로 버티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6일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 사건 판정 요지서를 공개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ISDS는 론스타에 '속이고 튀었다'는 이른바 '먹튀' 판정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국내 경제 전문가들과 야당은 ISDS가 선고한 배상 청구액 2억 1,650만 달러에 대한 ISDS 판정문 공개를 촉구했다. 당시 책임 정부의 정쟁적 판단과 개입이 론스타 판정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취지다.

법무부가 6일 공개한 판정요지서에 따르면, 국내 전문가들의 우려와 달리 ISDS 역시 론스타가 ‘먹고 튄’ 정도를 넘어 ‘속이고 튀었다’고 판단했다. 이와 동시에 한국 금융당국 역시 매각 가격 인하에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됐다는 결론을 냈다.

판정요지서에 따르면 결국 지난달 31일 ISDS가 선고한 배상액인 2억 1,650만 달러는 론스타가 제기한 손해액 중 중재판정부가 인정한 절반 가격을 청구한 것이다.
해당 손해액은 하나금융에 외환은행 매각 당시 승인 지연으로 인한 주식매매계약 인하된 가격 분이다.

해당 문서는 크게 2011년 협정 소급효 가능 여부, 과세 처분 위반 여부, 금융당국의 가격인하 압박 여부, 매각 승인 지연 의도 등에 대한 중재판정부 판단이 기재돼 있다. 총 21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다.

법무부는 중재판정부 판정에 대해 취소 및 집행정지 신청을 예고했다. 판정 취소 하기 위해서는 분쟁 사건 당사자가 중재판정 후 120일 이내로 신청해야 가능하다. ICSID 사무총장에게 한 번까지 신청 할 수 있다.


중재판정부, 론스타 매각 지연 손해에 “한국, 정치적 동기에 의한 자의적이고 악의적 거래 지연” vs “가격 인하 압력 있었다고 볼 증거 없다...근본 원인은 론스타 주가 조작 유죄 판결”

ISDS가 선고한 배상액은 론스타가 주장하는 매각지연손해액의 절반액이다. 이 부분에서 중재판정부는 한국은 악의적으로 승인 지연을 유도했고, 가격 인하 과정에서 정부가 정치적 목적으로 개입했다는 판정에 의한 결과다.

판정요지서의 골자는 매각 승인 지연 과정에서 가격 인하 압력 여부가 아닌 동기의 해석이다.

그럼에도 ISDS는 “론스타의 외한카드 주가조작 사건 책임을 인정해 ‘먹고 튀었다(Eat and Run)’를 넘어 ‘속이고 튀었다(Cheat and Run)’고 볼 수 있다”고 판정했다.

ISDS의 다수 의견은 “한국 금융당국 역시 부당하게 매각승인을 보류하였기 때문에 양측 책임이 동일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3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소수 의견엔 “론스타가 주가조작 사건의 유죄판결을 받지 않았다면 매각승인이 보류되지 않았을 것이므로 한국 정부의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며 근본 원인인 론스타 책임을 크게 짚었고, 한국 정부의 100% 승소 판정을 냈다. 하지만 다수 의견이 선고 결정의 판단 기준이 됐다.

해당 판결에 손배 청구액이 감액 될 수 있었던 뇌관은 '론스타의 주가 조작 유죄 판결'이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매입 당시 외환은행 부실을 예견해 카드채 사채 등의 방법으로 주가를 조작 했다는 혐의를 얻게 된다. 한시적으로 주가를 떨어뜨려 부실 사실을 감추기 위함이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주가는 급등했으며, 이 과정에서 올림푸스 캐피탈이 손해를 보게 된다.

올림푸스 캐피탈은 결국 론스타를 상대로 싱가포르 국제중재재판소에 소를 제기한다. 하지만 당시 판정은 하나금융이 아닌 대한민국 정부의 책임을 묻고 결국 올림푸스 캐피탈이 청구한 손해액 8천억 원 중 절반을 한국 정부가 지불해야 했다.

ISDS는 론스타의 주가 조작 유죄판결이 없었다면 매각은 적시에 승인되었을 것이라는 취지로 론스타에도 책임이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동시에 한국 정치인들이 대중의 비판을 피하려는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금융 당국의 책임 모두 있다는 결정을 내렸다.

중재판정부는 “금융당국이 외환은행 매각가격을 인하하기 위해 인수승인 심사 절차를 부당한 의도를 가지고 지연하였는지 여부가 문제”라며 “가격 인하를 달성할 때까지 승인심사를 보류한 것은 금융당국의 관망(Wait and See) 정책을 취했고, 이는 정책적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니었으므로 규제권한을 자의적이고 악의로 행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론스타가 가격 인하를 수용한 것은 금융위의 부적절한 가격 개입 때문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결론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론스타의 증거들인 ‘금융위의 매각가격 인하 노력과 관련하여 언론 기사’, ‘하나금융 관계자와 론스타의 대화’ 등이 인정됐다고 전했다. 앞서 론스타는 당시 하나금융과의 회의를 몰래 녹음해온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대표적으로 2011년 11월 11일 런던에서 론스타 부회장과 하나은행 부행장의 만남 내용이다.

반면, 소수의견으로 한국의 100% 승소를 주장하는 내용으론 “가격 인하 압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국제법 위반에 해당되지 않으며 ‘가격 인하를 위한 암묵적 압력’은 오직 간접적 정황증거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론스타가 제출한 증거 자료에 대해서도 “증명력이 제한적이고 기사 자체가 국가 행위로 귀속되지 않음은 당연하다”며 “금융위 증인 및 내부 문건들로부터 가격인하 행위를 지시하였다는 증거를 전혀 찾을 수 없고, 하나금융 관계자의 ICC 절차에서의 증언에서도 가격인하를 반길 것으로 추측만 했다”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법무부는 “정부는 론스타 측과 판정문 공개를 위한 협의를 시작하였고, 신속히 판정문을 공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국내 경제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하나금융지주가 가격을 인하해 거래한 것이다”며 하나금융의 불법적 관여를 지적했다.

지난 2일 법사위에서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한 송기호 법무법인 수륜아시아 대표 번호사는 “론스타 판정은 하나금융지주가 6000억원을 깎아 산 거래에 국가가 불법 관여했다는 것”이라며 “국가에 손해를 끼친 행위에 배임죄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법무부가 공개한 ISDS 판정 요지문의 골자는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 ISDS는 일축하고 론스타의 ‘속이고 튀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만으로 정치권과 차후 법무부가 제기할 판정 취소 신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국내 경제 전문가들의 해석에 귀추가 주목된다.

ISDS, 론스타가 한국 정부에 제기한 피해 증명 대부분 “혐의 없음” 판정

@법무부 자료



론스타와 한국 정부간의 분쟁 쟁점은 구체적으로 총 6가지로 구분된다. 최종 판정에서 다수와 소수의견으로 나뉘었지만, 다수 의견이 판단한 사안으로 선언하고 명령했다.

우선 중재판정부는 론스타가 제기한 ‘과도한 과세처분’ 문제에 대해 ‘조약 및 협정 등 위반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론스타의 주장은 “피청구국이 정치적인 이유로 청구인들에게 최대한 과세하기 위하여 일관성 없는 기준에 따라 과세처분을 한 것은 자의적·차별적 조치, 공정·공평대우의무 위반, 완전한 보호 및 안전의무 위반, 최혜국대우 및 내국민대우의무 위반, 우산조항 적용에 따른 한-벨기에 이중과세방지협정(한-벨기에 조세조약) 위반, 위법한 수용금지 및 송금보장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며 6가지를 근거로 댔다.

가장 먼저 자의적·차별적 조치를 지적하며 비일관적 조세 적용에 대해 피력했다.

론스타 측은 한국 정부가 미국과 버뮤다 국적 상위투자자를 실질귀속자로 보고 과세 정도를 정했다는 것을 지적했다. 론스타는 조세 회피 목적으로 벨기에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관할권 문제를 야기시켰다. 론스타는 미국계 사모펀드 중 헤지펀드인 산업자본이다.

론스타의 주장은 “조세조약의 주요 목적은 원천국(source country)으로부터의 과세를 제한하여 국제거래에서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투자를 증진하기 위한 것인데, 원천국 과세당국이 외국 투자자의 자금 원천에 따라 조세조약을 비일관적으로 적용하면 이러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며 “벨기에에 회사를 설립하여 한국에 투자한 것은 정당한 세무전략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한-벨기에 룩셈부르크 협정에 따른 과세 제도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한국 측은 “당국은 론스타가 원천국 및 거주국 양국에서 과세를 우회하는 이중 비과세에 대한 우려와 조세조약 남용 및 조약 쇼핑으로 해석했다”며 “실질과세원칙이 정당하며, OECD 주석은 실질과제 원칙이 조세조약과 충돌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는 근거를 댔다.

이에 중재판정부는 한국 손을 들어주며 “실질과세원칙 적용은 조세조약이나 투자보장협정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론스타 측 논리와 같은) 이러한 투자모델은 남용 가능성이 있고, 한국 법원이 조세 회피 목적으로 설립된 도관회사로 판단한 이상 한-벨기에 조세조약의 남용을 허용할 이유가 없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론스타 측의 조세 전문가 역시 한국 법원이 독립적이고 공정하다고 증언했다”며 “국가는 내부적인 견제와 균형을 통해 각 기관의 행위를 통제할 권한이 있고, 국세청이 법원의 판단을 반영하여 과세 방향을 수정하는 것은 합리적인 행위다”고 결론했다.

공정·공평대우의무 위반과 관련해서 중재판정부는 “다른 외국인 투자자들의 사례와 비교할 때 실질과세원칙의 적용에 있어서 청구인들에 대한 자의적, 차별적 대우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완전한 보호 및 안전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론스타 측의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승인 심사 관련 국내법상 요건들을 자의적으로 무시하고, 청구인들 투자와 관련하여 계속적으로 괴롭힘, 부당한 대우, 개입 등을 행한 것은 충분한 보호 및 안전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는 주장에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조세정책의 일반적 적용에 해당하므로 완전한 보호 및 안전의무 위반 없다”고 해당 의혹을 일축했다.

또한 우산조항 적용에 따른 한-벨기에 이중과세방지협정(한-벨기에 조세조약) 위반에 대해서는 “조세조약은 독자적인 집행 방식을 두고 있으며, 그 위반 여부를 투자보장협정상의 투자분쟁절차로 해결한다는 합의가 없다”며 “설사 우산조항이 적용된다 하더라도 조세조약 위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최혜국대우 및 내국민대우의무 위반과 관련해서 론스타 측은 “외환은행 매각승인 심사가 부당하게 지연되어 다른 외국 및 국내 금융 투자자들에 비하여 피청구국으로부터 차별을 받았고, 국내에서 유사한 투자를 하였던 다른 외국인 투자자들에 대한 과세처분에 비하여 부당한 차별을 당했다”고 주장했지만, 중재판정부는 “다수의견이 공정·공평대우의무 위반을 인정하였으므로 위의 위반은 해소됐다”고 결론냈다.

위법한 수용금지 및 송금보장의무 위반에 대한 판결은 “일반적인 납세의무는 수용에 해당하지 않으며, 또한 청구인들은 배당금 및 주식양도소득을 비과세로 송금할 권리는 갖지 않는다”는 등 모든 문제 제기에 “위반 없다”고 한국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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