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목요일 험블리 부부의 세계여행이 연재됩니다.
- (해외)허정연 기자
38편, 험블리 세계 여행 - 바쿠에서의 마지막 날
바쿠의 태양이 점점 더 뜨거워진다. 며칠간 휴식 후 셰키로 떠나기 위한 준비! 우선 차편을 알아보니 기차 혹은 버스로 이동이 가능하다. 우리는 기차를 선택했다. 이유는 일단 1.기차는 깔끔하게 시간 맞춰 출발, 도착하는 점, 2. 기차 이동이 버스보다 오래 걸리긴 하지만 밤새 이동하여 바쿠에서 반나절을 보낸 후 하루 숙박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점, 3. 버스보다 가격이 조금 더 싸다는 점, 4. 그리고 표를 파는 기차역이 우리 숙소에서 더 가깝다는 점. 때문에 기차역으로 가서 우선 표를 예매하기로 했다. 숙소 앞 전철역에서 전철을 타고 28may거리로 가면 그곳에 기차역이 있다.
기차역 1층 매표소는 많은 사람들이 기차표를 사기 위해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기차 시간이나 금액을 우선 알고 싶어 시간표나 요금를 찾아봤으나 보이지 않고 빈 창구에 가서 물어봤더니 2층 인포메이션 센터로 가보라고 한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니 탑승구가 나오는데 이 시간엔 기차가 없는지 너무도 조용하고 휑하니 사람도 거의 없다. 하지만 한 켠에 자리잡은 인포 센터 발견! 3등석 1인에 6마낫(약 4,200원) 저녁 10시 10분 출발, 셰키 도착은 다음날 아침 7시다!
대기표를 뽑고 순서가 되어서 매표소로 갔는데 영어 소통이 되는 사람이 한,두명 뿐인지 급하게 직원 교체를 한다! 친절하게도 우리 둘다 아래쪽 침대에 출입문과 멀지 않은 자리로 예약을 해 주었다.
기차표도 샀고 남은 시간에 바쿠에서 가보지 못했던 헤이다르 알리예프 센터로 가보기로 했다. 여기서 위기 하나! F1 그랑프리 행사는 끝이 났음에도 도로 정비가 되지 않아 아직 시내 버스 노선은 정보도 없고 제 멋대로였다. 지도에 나온 대로 버스 정류장에서 한참동안 버스를 기다렸지만 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 버스… 발을 동동 구르며 서 있으니 아주머니 한 분이 다가 오시며 어디로 가는지 물어 본다. ‘헤이다르 알리예프’ 라고 하자 웃음 지으며 본인도 그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한참 기다렸지만 오지 않을 것 같으니 차라리 걸어가는게 나을 것 같다며 함께 걷기를 권유 했다. 너무도 덥고 뜨거운 햇살 아래 걷고 싶지는 않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그녀와 함께 천천히 걸어가 보기로 했다. 말은 잘 통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길을 알려 주며 바쿠를 보여 주려 했던 친절한 아주머니의 안내로 뜨겁지만 즐거운 길이 되었다. 멀리서도 눈에 확 띄는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익숙한 건축물에 반가워 하며 아주머니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이 곳으로 달려 갔다.
처음 와 보는 곳이지만 왠지 모르게 눈에 많이 익어 있는 헤이다르 알리예프 센터는 바로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를 설계한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건축물로 각종 예술 전시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곳이다. 설명에 따르면 작품마다 여성적인 곡선과 비정형의 특징을 가진 자하 하디드는 중력을 거부하는 듯한 역동적인 곡선미의 이 곳 하이데르 알리예프 문화센터로 ‘박물관 디자인상’ 최고상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이곳에도 I Love 시리즈인 I ??Baku가 있었다!
입구 쪽으로 올라가니 너무도 뜨거운 햇살 아래 새하얀 문화센터 표면이 태양열을 반사시켜 내 검은 셔츠로 흡수 시키는 듯한 열기가 그대로 느껴졌다, 새하얀 매력 넘치는 외형에 땀 뻘뻘 흘리며 한참을 둘러보았다.
내부는 어떤 전시물이 있는지 궁금해 안을 들여다 보며 입구를 찾아 다녔다. 새하얀 건물을 두리번거리며 입구를 찾는 동안 이마에 땀은 송글송글 맺힌다.
이 날의 전시물들이 우리의 관심을 조금 덜 끌어서 였을까, 아니면 가벼운 우리의 주머니 탓일까…인포 센터로 들어가 잠시 둘러본 우리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만 쐬고 돌아 나왔다. 큰 관심사가 아니라면 유료 관람은 지나치는게 어느덧 우리 여행의 특성이 되어 버렸다.
그렇지만 눈에 익은 듯 하면서도 멋진 곡선의 이 건축물을 본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 헤이다르 알리예프 센터를 나와 타는 목을 잠시 진정시키려 기차역 근처로 다시 향했다. 어느 작은 카페 앞으로 생맥주 한잔 가격이 1마낫(약 700원)이라는 간판에 이끌리듯 이 곳으로 들어갔다. 현지인들이 대부분인 이 작은 카페로 들어간 한국인 둘은 카페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그들과 눈 인사를 하며 얼른 자리잡고 시원하게 쭉쭉 들이켰다. 그다지 고급스런 맛은 아니었지만 시원함에 만족하며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이제는 바쿠를 떠날 시간. 일주일 정도를 보낸 바쿠. F1행사가 끝나고 정리되자 그동안 못봤던 도시의 모습이 이제야 드러난다. F1행사에 가려져 있던 곳들을 조금 더 보고 싶은 마음에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이제는 셰키로 떠날 시간이다...
몽골에서부터 타온 침대칸 기차에서의 하룻밤이 어느덧 익숙해 졌는지 자리를 펴고 그대로 스르르 눈이 감긴다. 약 일주일을 지내며 국제 행사와 멋진 도시의 모습, 그리고 경이로운 자연을 경험하며 어느새 정이 든 바쿠에서의 시간을 마무리 한다. 이제 눈을 뜨면 또 다른 멋진 곳을 만나게 되겠지!
험블리 부부의 세계여행!
다음편도 기대해주세요.
(1월 25일 39편 연재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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