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윤이상 '동백림 사건' 재심 결정...법원 '불법 체포·감금 재심 사유'

강 산 승인 2023.05.19 07:53 | 최종 수정 2023.05.19 08:02 의견 0
통영국제음악당 내 윤이상 비


[메가시티뉴스 강 산 기자] '동백림(동베를린) 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른 경남 통영 출신 세계적 작곡가 고 윤이상(1917~1995·사진)에 대해 법원이 재심을 결정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5부(서승렬 안승훈 최문수 부장판사)는 최근 유족 측의 재심 청구를 받아들였다.


1967년 중앙정보부는 유럽에 있는 유학생 교민 등 194명이 동베를린 북한 대사관을 드나들며 간첩 활동을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독일에서 활동하던 윤이상은 한국으로 이송돼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2년간 복역했다. 당시 법원은 간첩 혐의는 무죄로 봤지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판결했다.

그러나 2006년 국가정보원 과거 사건 진실 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는 박정희 정권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동백림 사건을 ‘대규모 간첩 사건’으로 확대·과장했다고 결론 내렸다. 조사 결과 1967년 6월 17일 독일에 파견된 중앙정보부 직원 등이 “대통령 친서 전달을 위해 만나자”고 거짓말하며 윤이상을 한국대사관으로 유인한 사실이 확인됐다. 윤이상은 대사관에서 2박 3일간 조사받은 후 국내로 송환돼 곧바로 중앙정보부에 구금됐다.

재판부는 재심 결정문에서 “수사관이 거짓말에 의한 임의동행 형식으로 윤이상을 연행해 구속한 행위는 불법 체포·감금에 해당한다”며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경우로 재심 사유가 있다”고 밝혔다.

유족 측 대리인인 김필성 변호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3년 전 재심 신청을 했는데 당시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가족이 고령이어서 삶의 평안이 중요했기 때문”이라며 “동백림 사건 첫 재심 개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Eurasian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