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기념공원 11월 11일 11시 부산을 향해Turn Toward Busan

유엔참전용사 기리며 “턴 투워드 부산!” 6·25 참전 추모행사·유해 안장식 열려

정 원 승인 2022.11.12 19:32 의견 0
11일 오후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서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식과 참전용사 유해 봉송식 행사 후 관계자들이 기념촬영했다<사진제공=부산남구청>


[메가시티뉴스 정 원 기자] “웽~.” 11일 오전 11시 부산 전역에 사이렌 소리가 1분간 울렸다. 부산 남구 대연동 유엔기념공원 안에선 군복 정장과 검은 양복 차림의 600~700여 명이 고개를 숙여 묵념했다. 유엔 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 행사(부산을 향하여·턴 투워드 부산, Turn Toward Busan)였다. 유엔기념공원에는 6·25전쟁 참전국 22국 중 11국 2315명의 유엔용사들이 안장돼 있다.

‘턴 투워드 부산’은 매년 11월 11일 오전 11시 부산과 한국을 비롯, 6·25전쟁 참전 22국에서 일제히 유엔기념공원이 있는 부산을 향해 묵념을 하며 이 전쟁에서 대한민국의 자유·평화를 지키려다 산화한 유엔군 용사들을 추모하는 행사다. 2007년부터 시작됐다.

“탕, 탕, 탕…”

조포 21발이 발사됐다.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조포 21발은 국가 원수에 대한 예를 갖출 때 쏘는 것으로 유엔참전용사들을 국가원수급 예우로 추모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외할아버지 같은 70년 전 전쟁 영웅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지킨 지금의 자유를 잊지 않겠습니다.” 유엔기념공원에 합장된 캐나다군 허쉬 형제의 외손자로 세인트진 왕립군사학교 생도인 브라이언 카나카키직(Brian Kanakakeesic)이 추모 편지를 읽었다. 이어 6·25전쟁 당시 부산에 주둔하며 미군 2군수기지사령관으로 전쟁고아·이재민 등을 구호하고 전후 재건 활동에 헌신한 고 리처드 위트컴 장군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이 추서됐다.

한덕수 총리는 추모사에서 “유엔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뜻을 받들어 한반도의 평화를 반드시 수호할 것”이라며 “우리 사회를 흔들기 위한 북한의 어떤 시도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생존 유엔참전용사와 전몰 용사의 가족 15국 114명을 비롯해 한 총리,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박형준 부산시장, 각국 외교 사절 등이 참석했다.

추모식이 끝난 뒤 6·25 때 경남 거제 포로수용소에서 치안 유지 업무를 수행한 마티아스 후버투스 호헌봄, 두 차례 참전한 에두아드 율리우스 엥버링크(이상 네덜란드), 영국군 시신수습팀으로 활동하다 고향으로 돌아간 뒤 1988년부터 자비를 들여가며 34년간 부산을 찾아 전우들을 추모해온 제임스 그룬디(영국) 등 참전용사 3명의 유해 안장식이 열렸다.

안장식에는 이들 3명 유엔용사의 유가족과 주한 네덜란드 대사, 주한 영국대사, 박 보훈처장, 유엔군 부사령관 등이 참석했다. 엥버링크 유족은 추모사에서 “한국의 자유를 위해 싸워온 것을 자랑스럽게 여겨온 아버지는 ‘전우 곁에 잠들고 싶다’는 뜻을 생전에 항상 밝혀 왔다”고 말했다.

그룬디씨 수양 손녀 박은정 유엔기념공원관리처 대외협력국장은 “할아버지는 지난 34년간 부산을 찾아 당신의 마지막 임무를 완수했다”며 “생전 바라셨던 대로 전우들 곁에 함께하신 오늘은 할아버지를 보내드리는 날이 아니라 우리 곁으로 돌아온 할아버지를 환영하는 날”이라고 말했다.

부산 남구 대연동에 유엔기념공원은 세계 유일 유엔군 묘지다. 1951년 유엔사가 전사자 안장을 위해 조성했고, 1959년 한국 정부가 유엔 측에 기부했다. 캐나다 참전 군인 381명을 비롯해 11국 2315명이 잠들어 있다. 관리도 11국이 함께 맡는다. 영국의 경우 전사자가 1078명인데 80%가 넘는 889명이 이곳에 묻혀 있다.

11월 11일 오전 11시 정각.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사이렌이 울리자 700여 명이 묵념했다. 같은 시각 미국 4개 도시와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도 부산을 향해 묵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유엔기념공원에 묻힌 용사들을 기리는 ‘턴 투워드 부산’ 행사였다. 캐나다 참전 용사 빈센트 커트니의 제안으로 2007년 시작됐다. 2008년부턴 한국 정부 기념식이 됐고, 점차 참여국이 늘어 지금은 파병국 대부분이 함께한다.

11월 11일은 원래 1차 세계대전 종전일이자 영연방 국가들의 현충일이다. 1918년 연합군은 전쟁의 비극을 잊지 말자는 취지로 기억하기 쉽도록 11이 세 번 겹치는 ‘11월 11일 11시’를 종전 시점으로 정했다.

부산에 잠든 2315명 가운데 14명은 2015년 이후에 안장됐다. 2010년부터 본격화한 보훈처의 초청 사업으로 한국을 다녀간 뒤 “죽으면 부산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긴 사람들이다. 방한 일정 마지막이 유엔기념공원 방문이다. 한국의 발전상과 묻혀있는 전우들을 보고 나면 대부분 자신도 부산에 묻히겠다고 결심한다고 한다. 이들이 죽어서도 대한민국을 지켜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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