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룡의 디지털호접몽] 무장강도 폭력에 피해자가 변상하는 '이상한 나라'

尹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제3자 변제'는 언어도단, 신중하게 다시 생각해야...?
미.일동맹은 '한반도 신냉전'으로 몰아가면 안돼. 한국은 지혜로운 외교 필요

칼럼니스트 정하룡 승인 2023.03.13 10:57 | 최종 수정 2023.04.21 09:21 의견 0


불구대천不俱戴天 과거사, 내 눈 감는다고 덮어질까...?

우리 역사는 외국, 이異민족로부터 끊임없는 침략을 받아왔다. 하지만 우리 민족이 '국권' 자체를 뺏기고 식민지 노예가 됐던 경험은 일본제국주의 치하 36년이 처음이다.

한반도는 일본의 아시아 침략 발판으로 국토가 유린되고 조선의 백성들은 희생될 수밖에 없었다. 위안부, 학도병, 강제징용... 강제징용이란 일본제국주의의 군수물자 생산에 강제 동원된 조선 민중들의 뼈아픈 기억이다.

제국주의 시대, 독일의 유태인에 대한 기록은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일본이 일으킨 전쟁과 조선 식민지배에 대해 제대로 된 반성과 피해 보상을 하지 않는 유일한 나라가 일본이다. 우리 국민들의 무의식 속에 일본은 여전히 바뀌지 않는 '침략자'로 존재하고 있다.

3차례 과거사 봉인, 진정한 화해 없이 미래의 길, 함께 갈 수 없지 않겠나.

1945년 광복 이후 일본과의 새로운 관계 모색은 크게 세 차례 있었다. 1965년 한일협정이 그 첫번째다. 광복 이후 식민지배와 관련한 문제를 풀기 위한 한일간의 접촉은 십 몇 년간 계속되어 왔지만 진전이 없다가, 결국 1965년도에 한일협정이 이루어진다. 대학생들 반대 데모가 대단했지만, 당시 미국의 강요에 의해서 박정희 정권이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한일 청구권> 자금이 경제 개발에 쓰여졌다는 것도 현실이지만, 역사적으로 한일 협정은 식민지배에 대한 한일간 청구권을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했다는 문구가 들어가면서 그 이후에 모든 문제를 어렵게 한 원인이 됐는데, 1차적으로 역사를 봉인하고 덮어버린 셈이 되버렸다.

두번째로는 2015년 10월 28일 합의, <위안부 합의>라고도 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당시에 '도의적 책임'을 넘어서 '일본의 책임을 통감한다'는 표현을 하고 일본 정부의 예산으로 10억 엔을 내놓게 되는데, 여기에서 남한의 위안부 문제는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했다는 것. 이때도 문제가 된 게 피해자들하고의 합의 과정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피해자들은 인정할 수 없었고, 여러 시민, 시민단체들도 '아니다'라고 부정했는데, 이를 '2차 봉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2023년 3월 6일 '일제 강제동원에 대해 제3자가 변제한다'는 대통령실의 발표가 있었다.

일본의 기본 입장은 한일 협정에서 모든 청구권은 다 끝났다는 것이지만, 2018년 우리 대법원은 개인의 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다면서 그 부분에 대해 배상하라고 판결을 내렸다. 일본 정부와 기업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며 거부했다. 이때부터 일본이 남한과의 관계는 무역에서, 안보에서 '지소미아' 파기되고 하면서, 한일 간 제대로 된 외교 관계는 사실상 중단됐다.

대통령실의 발표안에는, 한미일 동맹을 통해 현재 미·중 간 패권의 역학관계를 해결하려고 하는 미국, 그리고 북핵 미사일 위협을 해결하려는 일본, 굳건한 핵우산 속에 있고자 하는 남한 정부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뒤섞여 있다.

남한 대통령실의 발표가 있자마자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쪽은 미국 '날리면' 대통령과 국무장관이었다. "환영한다"고 했고 미국의 유수 언론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단한 결단을 했다, 역사에 남을 일을 했다고 전했다. 이것이 3차 봉인인 셈이다.

이를 두고 남한 여당에서는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일본 총리 간에 이루어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한 것>이라며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일본에서의 납치 사건으로 죽다 살아난 사람인데, 이런 분이 오히려 '망명과 수감을 도와준 일본에 감사드린다'하고, 아시아의 침략자였던 일본이 이제는 아시아의 경제 번영을 이끌 힘을 가진 국가라면서 함께 하자고 미래 선언을 한 것이다.

그때 오부치 총리는, 김대중 대통령을 형님으로 모시겠다면서, '통렬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드린다'고 했다. 일본 지도자로서는 가장 제대로 된 사죄의 발언이었다. 이를 계기로 일본 영화와 드라마가 들어오며 한일 간 '문화 교류'도 시작됐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일본은 끊임없는 망언을 일삼았다. 정치지도자들이 나서서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하는가 하면, 일본의 식민지배를 반성하기는커녕 '합리화'하고 그것을 주도했던 사람들을 모신 신사에 예를 표하는 일들이 이어졌고, 우리 국민의 감정으로는 일본이 아직 사죄할 마음이 없구나라고 느끼게 한 사건들이 계속 반복됐다.

그래서 우리 대법원의 판결이 있었을 때도 우리 국민들은, 우리가 일본과 함께 미래로 나아가는 길에는 동의하지만 과거 역사는 제대로 정리돼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에 우리가 일본과의 협력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조금 부족할지 몰라도, 일본 기업이 명확한 사죄를 하고 피해자들한테 보상하는 걸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져 그 기다림을 영원히 멈춘 분들도 있어, 이제 두 분만 남았다.

한편 尹정부의 외교 관계자들의 입장은 조금 달랐다. 그러니까 2번째 봉인, <위안부 합의>를 주도했던 사람들도 윤석열 대통령한테 서두르다가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성급하게 굴지 말라고 조언했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정말 과감하게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 당장 10%대로 지지율이 떨어지더라도 역사를 위해서 가겠다"고 한 말이 전해지자, 당장에 더불어민주당에서 이건 제2의 경술국치다, 대일 굴종외교다, 삼전도의 굴욕이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북핵 위험과 세계 정세의 불안감을 한미일 동맹으로 극복해 나갈 수밖에 없다는 명분으로, 현재의 어떤 비난도 감수하겠다는 신념(?)어린 발걸음을 계속하고 있다.

정말 그럴까?

윤석열 대통령은 귀를 크게 열고 눈을 크게 뜨고 정신차려야 한다. 윤 대통령의 생각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럴 땔수록 '우리의 역사'를 봐야 된다. 어제 없는 내일이 어딨겠는가.

일본 극우단체 유신회도, 친한파라던 하야시 외교상도 "강제동원 없었다"고 당장에 말을 바꾸지 않는가. 기시다 총리 또한 2018년 배상판결로 정리됐으니 '전범 취급하지 마라' '명예훼손이다, 일본이 배상판결의 피해자다'라며 손바닥 뒤집듯하고 있지 않는가.

'역사문제'는 내 눈을 감는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다. 그들은 '한일회담'이라 부르지도 않는다. '실무회담'이라 칭한다.(한 국가의 '영수' '국빈'이 아니라 '똘마니' 취급을 받는데 쪽 팔리지 않는가?) 눈을 크게 뜨야 한다.

귀를 크게 열어야 한다. 오랫동안 우리의 역사문제를 붙들고 고민했던 시민단체, 학문적으로 법을 공부하시는 분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일본도, 대한민국도 법치국가다. 남한에는 대법원이 있고 일본에는 최고재판소가 있다. 그냥 거기에서 나오는 판결을 따르면 된다고...

우리 대법원에서는 '일본의 식민지배는 불법'이다. 그러니까 당연히 '개인 청구권은 살아있다'는 게 법의 판단이다. 일본 최고재판소도 청구권은 살아있지만, 다만 '자발적으로 구제를 하라'고 판결했다. 그에 따라 일본 정부는 그 당시의 중국 피해자, 원폭 피해자, 한센병 피해자에 대해 보상을 진행하고 있다. 다 하고 있는데 유독 남한에게만 일본정부, 일본기업에서 보상을 안 하고 버티는 이유는 뭔가?

윤 대통령은 미래를 위해 우리나라 행안부 내에 재단을 만들어서 피해자 보상을 하겠다고까지 하는데, 일본은 아직 아무런 후속 조치가 없다. 왜냐하면 일본정부가 생각할 때 이것은 불법적이지 않고, 문제가 있다하더라도 이미 65년 한일 협정에서 청구권은 다 소멸됐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다만 '전향적'으로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는데, 외교에서 주고받는 것도 없이 이런 발표를 선제적으로 한 사례는 없다.

윤 대통령은 3월 중순 일본 기시다 총리 만나고, 4월 26일에는 미국에 국빈방문한다. 5월달에 G7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경제외교, 안보동맹을 완성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미국과 일본은 정확하게 자국 이익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그러면 윤 대통령의 '작금의 판단'이 과연 국익에 해당되는지 신중히 다시 살펴야한다. 여당에도 고도의 연륜과 지혜를 갖춘 분들이 많은데, 다들 이 문제에 대해 정말 심각하고 지혜롭게, 성급하지 않게 다시 물어볼 일이다.

"우리가 변화하는 세계사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미래를 준비하지 못한다면 과거의 불행이 반복될 것이 자명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2023년 3.1절 기념사 중에서 ....

말은 맞다. 문제는 그 말이 어디에 놓이느냐이다.

돼지목에 진주목걸이가 걸렸다해서 아름답다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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