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참금 때문에 수십명에게 거절 당했습니다’… 인도의 여전한 '사회악'

지참금 제도는 1961년 인도에서 공식적으로 불법으로 규정됐다. 그러나 여전히 예비 신부의 가족은 신랑 측에 현금, 옷, 보석 등을 건네야 한다.

EurasianTV 김형호 특파원 승인 2023.07.06 13:57 의견 0

[유라시안방송= 김형호 특파원]

결혼지참금 제도는 1961년 인도에서 공식적으로 불법화됐으나,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인도 중부 보팔 지역에서 교사로 근무하는 군잔 티와리(가명, 27세)는 결혼 지참금이라는 이 “사회악”을 끝내기 위한 청원을 시작했다.

결혼식이 열리는 장소에 경찰관을 배치해 당국이 지참금을 주고받는 현장을 급습해달라는 것이다.

티와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지참금이 부족해 남성 수십 명에게 거절당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러한 청원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일례로 올해 2월 티와리의 아버지는 딸에게 맞는 사람을 찾아주고자 어느 청년과 그의 가족을 집에 초대했다.

부모님이 손님들과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을 무렵, 티와리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차와 간식을 담은 쟁반을 들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거실로 향했다.

티와리는 BBC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모든 사람이 다 쳐다보고 있다. 나를 재고 평가하는 것”이라면서 그 순간 “불안해진다”고 설명했다.

사실 티와리가 쟁반을 들고 손님들 앞에 나타나는 순간은 이미 치밀하게 짜인 계획이었다. 티와리의 어머니는 딸에게 초록색 옷이 잘 어울린다며 입을 옷도 정해줬다.

또한 티와리의 치아가 고르지 못한 게 주목받을 수도 있다며 티아리에게 크게 웃지도 말라고 당부했다.

이러한 일은 티와리에게 이미 익숙한 일이다. 지난 몇 년간 6번이나 해봤기 때문이다. 또한 티와리는 자신에게 던져질 질문에도 익숙하다고 했다. 보통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현재 어떤 일을 하는지, 요리를 할 수 있는지 등을 물어본다.

거실로 들어가기 전 티와리는 예비 신랑 측 아버지에게 기대하는 지참금 액수를 묻는 부모님의 음성을 들었다.

“청년 측 부모는 500만~600만루피(약 7900만~9500만원)를 원한다고 했다”는 티와리는 “청년의 아버지는 딸의 외모가 아름답다면 지참금을 깎아줄 수도 있다며 농담을 던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티와리는 손님들과 대화가 이어지면서 지참금이 깎일 일은 없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손님들은 티와리의 고르지 않은 치아와 이마에 난 점에 대해 물었다

차를 마신 후 티와리에겐 청년과 따로 몇 분간 이야기할 시간이 주어졌다. 이에 그에게 지참금 때문에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사람도 지참금 문화가 사회악이라는 것에 동의”했기에 지금껏 만났던 사람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내 티와리 가족은 딸이 거절당했음을 알게 됐다.

“어머니는 지참금 문화에 반대하는 나의 태도 때문에 거절당했다고 생각했다”는 티와리는 “이에 내게 화가 나 2주 이상 말도 걸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티와리에 따르면 지난 6년간 티와리의 아버지는 “청년 100~150명의 가족”에게 연락을 취했으며, 이 중 20여 명을 실제로 만났다고 한다.

티와리가 실제 손님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건 6번이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이 과도한 지참금을 요구했다고 한다.

티와리는 “이렇게 거절당하면서 모든 자신감을 잃었다”고 고백했다. 티와리는 수학 석사 학위 소유자로, 현재 온라인 수업으로 학업도 이어가고 있다.

“저도 머리로는 제가 부족한 게 아니라는 걸 알아요. 문제는 지참금을 요구하는 이들이죠. 그러나 가끔은 제가 부모님의 짐이 된 듯한 느낌입니다.”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결혼 지참금 제도가 불법으로 규정된 지 60년이 지났음에도, 인도 내 성사된 결혼의 90%에서 지참금이 오고 갔다.

일례로 1950~1999년 사이 인도의 지참금 금액은 2500억달러(325조원)에 이른다.

이렇듯 지참금 문화가 유지되면서 딸이 있는 부모들은 거액의 대출을 받거나 심지어 땅이나 집을 팔아치우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신부가 행복하게 산다는 보장도 없다.

한편 티와리는 “인생은 길고 혼자 보낼 수 없기에” 언젠가 결혼은 하고 싶다면서도 지참금을 내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흘러가면서 티와리의 남편을 찾아주려는 가족들의 간절함은 계속해서 커져만 가고 있다.

“근처 우타르프라데시주 에타야 지역엔 조상 대대로 살던 마을이 있는데, 이곳에 아직 사는 친척 중엔 여성이 25세면 결혼 적령기가 한참 지났다고 보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티와리의 아버지는 정기적으로 신문 공고를 뒤지고, 친척들의 눈과 귀를 통해 딸의 신랑감을 찾고 있다. 심지어 같은 카스트에 속한 2000여 명이 있는 왓츠앱 단체 대화방에도 가입했다. 자녀의 이력서를 공유하는 곳이다.

이에 대해 티와리는 “이들 대부분이 500만루피 혹은 그 이상이 드는 호화로운 결혼식을 원한다”면서 “하지만 부모님은 그 절반밖에 감당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참금을 내지 않고 결혼하겠다는 자신의 고집이 부모의 삶을 더 고단하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버지는 아직 제 신랑감을 찾기 시작한 지 6년밖에 안 됐다면서, 지참금을 내지 않겠다면 60년을 찾아도 짝을 찾을 수 없을 거라고 말씀하십니다.”

인도 ‘국가 범죄 기록국’에 따르면 2017~2022년 사이 들고 온 지참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살해당한 인도의 신부는 무려 3만5493명에 이른다. 하루 평균 20명꼴이다.

인권 운동가들은 지참금 문화의 원인 중 하나로 인도의 왜곡된 성비를 지적한다.

유엔(UN)은 인도에서 딸을 낳을 경우 지참금이 두려워 출산 전 성별 검사를 통해 낙태되는 여아 태아가 매년 거의 40만 명에 이른다고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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