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시티뉴스미디어 정하룡 작가·칼럼니스트]
'뭉쳐야 산다'던 때가 있었다. 살면서 우리는 '덩어리의 시간'을 경험한다. 하지만 싫든 좋든 떠나야 할 때가 되면 떠나야 한다. 삶은 유동하는 것이라, 달에 구름가듯...바람처럼 불 때도 있으니…
근대화 modernism
역사랄 것도 없이, 200여 년의 시간으로 지구촌을 압축하면... 서구 열강은 동양을 아편전쟁으로 '홍콩 150년'을, 일본제국은 '조선의 100년'을 야수처럼 먹어치웠다.
세계의 제국은 '산업혁명'이라는 신식新式무기로, '근대적 시스템(기계.공장.금융.보험.군대와 법률...)'으로 약소 이웃들의 삶에서 생각modernism까지 제국의 방식으로 식민화했다.
제국의 침탈에 식민의 응전방식이 '뭉쳐야 산다'는 거였다. 자주 독립을 위하여, 민족 해방을 위하여... 한 덩어리로 똘똘 뭉쳐야만 했던 시대가 있었다.
산업화
제국과 소국이 대결하던 시간이 지나자, 제국과 제국 사이에 패권 전쟁이 시작됐다. 그 사이에서 조선은 독립과 전쟁, 남북으로 반토막났다.
인간... 참 이해 못할 존재다. 야차처럼 파괴하고 억측같이 다시 세운다. 주체가 누구든 파괴했으니 건설해야만 했다.
반토막난 남쪽은 '새마을운동'으로 사람들이 뭉쳤다. 공장에선 '새벽종이 울리면 모두 일어나 밤 늦도록 노동하자'고 했다. 교회 예배당에서는 '일하지 않는 자 먹지 말라'고 했다.
사람들은 농촌을 떠나 도시로, 공장으로 모여, 생산성 향상, 노동력 집중을 위해 고층 아파트로 차곡차곡 쟁여졌다.
동시에 모든 삶의 시스템이 '뭉쳐야 산다'는 방식으로 작동됐다. 집체와 집단으로, 교복과 군복으로, 흰색 아니면 검은색으로 응어리졌다. 독일 간호사, 월남 파병, 사우디 건설인력... '피를 팔아 빵을 샀다' 그리고 독재 독점 독선 재벌 군대 일사불란 상명하복 집중 집적 무한증식 비교경쟁 거대자본 세계금융... 보다 높이 보다 빠르게 보다 많이...이 모든 명칭들 또한 '산업화'라는 이름으로 한덩이가 됐다.
민주화
너무 많이, 너무 오래 뭉쳐서일까? 사람들의 피는 진득해졌고, 어혈이 응혈이 심장의 뜀박질을 위협했다. 산업화로 물자는 넘쳐났고 인간은 뚱뚱해졌다. 배 고파 죽는 이들보다 배 터져 죽는 이들이 더 많아졌다.
하여 사람들은 '뭉쳐야 산다'는 것들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모이면, 합쳐지면, 세계의 노동자들이 단결하면, 뭉치면 잘 살 줄 알았다... 하지만 의문이 깊어질수록, 기존의 뭉쳐서 사는 방식이 바스락바스락 부서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30여 년의 시간이 흘렀고, 이를 민주화라고 불렀다.
민주화 시절...1980년대를 통과하면서 역사와 혁명, 국가와 사회, 인간들의 '모듬살이'에 대해 많은 상념을 불러 일으켰다.
내로남불... 상대를 비방하고 흠집내기에 바쁜 동안, 그 저항의 진정성까지 휘발해버린 사태가 벌어졌다. 목욕물을 버렸는데 아기까지 버려버린 것이다. 왜 사람들은 독재자에 저항하면서 독재자를 닮아가는 것일까? 왜 열정의 진정성은 훼손되고 변질되는 것일까?
공공화共公和
세기말과 동시에 뉴밀라니엄, 새천년 새시대는 '바람처럼' 새어들었다. '디지털'이라는 낯선 이름으로...
'뭉쳐야 산다'던 분들은 어느새 석기시대의 어르신이 되셨다. '뭉쳐서 살까?'던 물기세대도 '함몰陷沒'의 끝자락에 도달했다. 이전의 내비게이션이 졸지에 무용지물이 됐다. 디지털대전환DX은 전혀 다른 색깔로 다가왔다. '흩어져야 산다'...
직업과 학문, 예술에 걸었던 열정도, 나라와 겨레 혹은 어떤 이상적 공동체를 위해 뭉쳤던 뜨거운 순간들도, 사회적 이슈에 몸과 마음이 아플 정도로 헌신했던 순간들도… 시간이 지나면, 그런 순간들을 뒤로 하고 헤어져야 할 때가 온다. 어쩔 수없이...
공공화共公和란 와룡도사와 그의 '아니'들이 처음 사용한 언어라 생소하겠지만, 소국과민으로 하나하나 구체화할 참이다.
소국과민小國寡民<1>
여하튼 'DX시대가 바람처럼' 왔다. 어느 시인이 '서른 잔치는 끝났다'고 한 것처럼 '보라 새것'이 된 것이다.
숱한 시대의 아우성들... 증세와 복지, 빈부격차, 불평등, 일자리와 임금, 성차별과 인구절벽, 고령화, 갑을관계... 이 모든 '뭉쳐야 산다'는 삶의 패턴은 '바람처럼' 흩어질 것이다.
생명과 주권이 다시 설 것이며, 계급투쟁에서 세대갈등으로, '소유'는 '사용'으로, '신도시'는 '원도심'으로, 농수축산업은 스마트화되고, 기존의 대량생산 대량소비를 위한 산업형태는 강점과 수월성 분야 중심의 다품종 소량생산방식으로 빠르게 디지털화될 것이다.
대한민국에는 '세월호의 상처'를 '지구촌의 자랑'으로... '123쿠데타'를 '빛의 혁명'으로 승화시키는 '깊은 힘'이 작동한다. 2025을사년 봄에 그 힘이 '국민주권'이라는 이름으로 되살아났다.
'소수 이리떼의 힘'으로는 안되겠다는 의미다. 우주적 대전환기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해서 국민이 직접 변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것이다.
소국과민小國寡民<2>
이치는 간단하다.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도 함께한다. 자연의 이치다. 이해관계가 다르고 꾀하는 바가 다르면 이합집산이야 당연한 것이다.
일본제국주의가 이식시킨 '검찰제도'는 광복 후, 한번도 변한 적이 없다. 100년 가까이 '검찰들'이 척박한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잘먹고 잘살았다. 이제 변할 때가 됐다.
와룡도사가 'AI 검찰제'를 제안한 적이 있다. 근본적으로 EXODUS... 즉 전혀 다른 시스템으로의 진입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결단의 시간이 전제된다.
'수사 기소 분리 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수사권을 행정안전부로...' '공소권을 법무부 아래에...' '총리실로...' '보완 수사가 필요해...'
온갖 수다들이 난무하고 있다. 이런 잡다한 소리들은 모두 '거짓말'이다, '속임수'다.
매사가 그렇듯이 모든 것에는 유효기간이 있다. 세월에 장사 없다. 이대로라면 세월호처럼 침몰한다. 이태원처럼 함몰된다. 123처럼 반역당할 것이다. 그러니 '먼저 흩어지고 다음으로 재조립'하는 게 맞다.
흩어져야 산다! 더 가지려 말고 더 지키려 말라. 지금까지 누린 것만으로 감사하시라. 세대와 시대에 대한 겸손함, 염치와 예의를 차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