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시티뉴스 정하룡]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추석 연휴 기간인, 지난 7일 영화 '건국전쟁2'를 관람해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이 영화가 '제주4·3'을 폄훼·왜곡했다는 논란이 일어 제주지역 시민단체들이 장 대표에게 영화관람을 말아달라고 요청했으나 장 대표가 이를 무시하고 관람한 것이다.
그러면서 역사 왜곡논란에 대해 "역사적 사실마저도 입.틀.막의 대상이 되어버렸다"며 "새로운 사실에 대해서는 객관적 근거와 사실로 반박하면 될 일"이라며 영화의 취지에 동의하는 뜻을 보였다.
이에 더불어민주당과 제주 시민사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장동혁, 건국전쟁2 논란에 "역사적 사실마저도 입.틀.막 대상"
장동혁 대표는 지난 7일 영등포구 소재 극장을 찾아 영화 '건국전쟁2'를 관람했다.
건국전쟁2는 지난해 이승만 초대 대통령을 재평가해 약 117만명의 관람객을 동원한 '건국전쟁'의 후속작이다. 제주4·3 사건이 국가권력에 의한 민간인 대규모 희생이라는 사회적 통념을 '왜곡된 담론'이라는 내용이다. 4·3 당시 제주도민 탄압에 앞장섰던 박진경 대령 등을 미화하고 있으며 '여.순 사건' 역시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방해하려는 좌익세력의 계획된 반란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제주 시민사회단체는 제주4·3을 공산주의 폭동으로 묘사했다며 비판하고, 영화진흥위원회도 해당 영화의 편향성과 완성도 부족 등을 이유로 독립영화로 승인하지 않았다.
제주지역 52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제주4·3 기념사업위원회와 제주4·3 범국민위원회는 지난 2일 성명을 내고 장 대표에게 "객관적 사실을 호도하고 극우 논리로 4·3을 왜곡·폄훼하는 영화 관람 계획을 중단하라"고 하기도 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날 영화를 관람한데 이어 김덕영 건국전쟁2 감독을 만나 "역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서로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역사를 바라보는 이 영화도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건국전쟁2는 늘 같은쪽에서 바라봤던 역사적 사실을 다른 방향에서 비쳐주고 있다"며 "새로운 사실을 말하면 객관적 근거와 사실로 반박하면 될 일이다. 우리나라는 언제부터인가 역사적 사실마저도 입틀막의 대상이 돼버렸다"고도 했다.
장 대표는 이날 관람 전에도 "역사적 사실 자체는 하나다. 그러나 역사는 다양한 관점에서 다양하게 기록될 수 있다. 빛이 어느 방향으로 들어오는지에 따라서 그림자는 다른 방향으로 생기게 된다"며 "역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 새로운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역사는 곧 왜곡된다"고 했다.
한편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8일 페이스북에 자신도 건국전쟁2를 연휴 중 관람했다면서 건국전쟁2가 극우라는 일방적 주장에 동의 못한다고 적었다.
주 의원은 건국전쟁2에 대한 공권력의 조직적 방해에 대해 강력히 대처하겠다며 "영화를 반대하는 사람도 존중하나, 영화 상영을 권력이 막는 것은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다. 김덕영 감독님의 포부대로, 건국전쟁5편까지 나오길 응원한다"라고 썼다.
제주4·3단체 "3만명의 4·3 희생자 두번 죽이는 행위"
이처럼 장 대표가 건국전쟁2 관람 전후로 역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존중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제주 정가와 시민사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제주4·3 범국민위원회와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는 8일 성명을 통해 "4·3을 폄훼·왜곡한 영화 '건국전쟁2' 관람을 강행한 장동혁 대표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들은 "장동혁 대표는 4·3유족과 시민단체의 정중한 요구를 무시한 채 국민의힘 소속 일부 국회의원, 청년들과 함께 영화를 관람하고 감독과의 대화의 시간도 가졌다"며 "민심을 살펴도 모자랄 공당의 대표가 추석 연휴 한복판에 극우의 민심만 살피는 정당으로 전락하고 있음을 스스로 입증했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장 대표가 감독과의 대화 자리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이 인정되지 않으면 저는 쉽게 역사는 왜곡될 수 있다. 용기 내서 이 영화를 만들어 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린다'고 했다"며 "4·3 당시 제주도민 탄압에 앞장섰던 박진경 대령 등을 미화하는 내용을 담은 영화에 대한 감사의 표시는 3만명의 4·3 희생자를 두 번 죽이는 행위이자 10만명이 넘는 4·3 유족들의 상처를 다시 후벼 파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4·3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행위에 대한 단죄가 필요하다"며 "4·3 왜곡에 대한 처벌 조항을 담은 제주4·3 특별법 개정안을 즉각 처리해야 한다"고 국회에 촉구했다.
오영훈 제주지사 "장동혁, 제주도민 모욕 책임져야"
오영훈 제주지사도 "역사를 짓밟고 제주도민을 모욕하는 발언에 분명히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 지사는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 대표의 건국전쟁2 관련 발언을 공유한 뒤 "수만명의 제주도민을 학살한 제주 4·3은 국가가 저지른 참혹한 폭력이자 범죄였다"고 적었다.
이어 "제주도민들이 77년간 피울음으로 목격하고 증언해왔던 진실이 상식이 되고 역사가 됐다"며 "범죄를 '다양한 역사적 관점'으로 포장하는 장동혁 대표는 온 국민이 TV로 내란의 현장을 지켜봤음에도 윤석열을 옹호하는 내란당의 대표답게 뻔뻔스럽다"고 했다.
그는 "역사를 짓밟고 제주도민을 모욕하는 발언에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도 썼다.
제주 지역구이자 민주당 제주도당 위원장인 김한규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윤석열 정부의 제주 홀대와 제주도민 무시는 사실 '국민의힘'이라는 당의 총의였다는 게 계속 드러나고 있다"며 "당장 도민들과 유족들께 사과하라"라고 했다.
홍성규 진보당 대변인도 8일 논평에서 "수십 년간 억울하게 숨죽여 살아오길 강요당하다 국가 차원에서 공식 사과를 한 것이 지난 2005년이며 아직 채 치유와 위로가 충분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제주도민뿐 아니라 국민 모두의 아린 상처를 헤집어 소금을 뿌려댄 장동혁 대표의 만행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더민주 제주혁신회의는 9일 장 대표를 향해 "민족과 역사 앞에 무릎꿇고 사퇴하라"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장동혁은 관람 후 '역사는 다양한 관점에서 존중돼야 한다'는 궤변으로 4·3희생자와 유가족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며 "학살과 폭력은 '관점'이 아니라 명백한 '범죄'다. 제주 4·3은 77년 전 이승만 정권의 불법 계엄과 국가 폭력으로 무고한 수많은 제주도민이 희생된 사건이며, 대한민국의 비극적인 역사"라고 강조했다.
이어 "장동혁은 반민족·반역사적 범죄자다. 윤석열의 불법 계엄을 옹호하는 저급한 역사인식으로 민족과 역사를 배반하고 4·3 희생자와 유가족까지 모독하고 있다"며 "더이상 정치할 자격을 주어선 안 된다. 즉각 사죄하고, 당대표와 국회의원을 포함한 모든 직에서 사퇴하라"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