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노벨평화상은 베네수엘라의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에게 돌아갔다.


[정하룡 칼럼] 재집권 첫해 노벨평화상을 거머쥐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야심이 끝내 산산히 부서졌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10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의 야권 지도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를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자로 추천된 338명(단체·기관 포함) 가운데 지난 베네수엘라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반(反) 마두로 전선' 선봉에 섰던 마차도의 영예로 돌아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노벨상 발표 하루 전날, 가자지구 평화 합의를 크게 선전하면서 이스라엘 전쟁 종식을 향한 첫걸음을 뗀 트럼프의 '중재 외교'가 노벨평화상 수상으로 이어질 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지만 노벨평화상은 올해도 물 건너갔다.


2025 노벨평화상, 베네수엘라 민주주의 지도자 수상

올해 노벨평화상은 베네수엘라의 야권 지도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 전 국회의장이 영예를 차지했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10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국민의 민주적 권리를 증진하고 독재체제를 평화적, 민주적으로 전환하기 위해 투쟁한 공로로 마차도 전 의장을 2025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마차도 전 의장은 1901년 시상을 시작한 노벨평화상의 106번째 수상자의 영예를 안았다. 그는 지난해 대선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대한 반정부 시위를 주도해 당국에 강제 체포 구금됐다가 석방된 인물이다.


노벨평화상은 알프레드 노벨에 유지에 따라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인류 평화에 이바지한 인물이나 단체에 수여한다. 수상자는 메달과 증서, 상금 1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6억4000만원)를 받게 된다. 노벨의 초상과 'Pro pace et fraternitate gentium'(인류의 평화와 우애를 위해)이라는 라틴어 문구를 새긴 18캐럿 금메달도 함께 받는다. 노벨평화상 시상식은 12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트럼프 "누구도 9개월 만에 8개 전쟁 해결한 적 없었다"

노벨평화상 수상은 트럼프 미 대통령의 '버킷리스트'로 불리며 공공연하게 수상 의지를 내비쳤지만 불발됐다. 이번 가자지구 휴전 합의로 인해 노벨평화상 수상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허사였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현지시각으로 9일 백악관에서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노벨평화상 수상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역사상 누구도 9개월 만에 8개의 전쟁을 해결한 적이 없었다. 나는 8개의 전쟁을 멈췄다"며 자신의 업적이 상을 받기에 모자라지 않다고 자신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스라엘-이란, 인도-파키스탄,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태국-캄보디아, 르완다-콩고민주공화국, 이집트-에티오피아, 세르비아-코소보 전쟁에 더해 8일 가자지구 평화 구상 1단계 합의가 도출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추가해 8개의 전쟁을 끝냈다고 자화자찬 한 것이다.


트럼프 "오바마는 아무것도 안 하고 노벨상 받았다"

노벨평화상을 받았던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해선 "우리나라를 망치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안 했는데 그들(노벨위원회)은 상을 줬다"고 했다. 또 "오바마는 당선되자마자 상을 받았다"며 투덜거렸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09년 1월 취임했고, 그해 10월 핵확산 방지와 중도 평화 노력을 인정받아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됐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구체적인 성과 없이 상을 받았다는 '억지 소리'를 여러 차례 표출해왔다.

사실은 예르겐 바트네 프뤼드네스 노르웨이 노벨위 위원장은 노르웨이 매체 'VG' 인터뷰에서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는 이미 지난 6일 결정됐다고 밝혔다. 노르웨이 공영방송 NRK 인터뷰에서는 "내년 수상자 선정 때에나 중동 평화 협상이 고려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후보 추천 역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 11일 뒤인 1월31일 일찌감치 마감됐으며 노벨평화상 후보 추천 대상은 개인 244명과 단체 94곳 등 총 338개다.

노벨평화상 불발시 보복 우려…노르웨이, 후폭풍 대비

다만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트럼프가 수상 불발 시 피해를 입을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앞서 에스펜 바르트 에이데 노르웨이 외무장관도 자국 인터뷰에서 "정부는 노벨상 결정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노벨평화상이 '정치화'되는 상황을 우려한 발언이다.

현지 매체 칼럼니스트 하랄 스탕헬레는 영국 가디언 인터뷰에서 "노벨평화상 수상에 실패한 트럼프 대통령이 노르웨이에 고관세 부과, 나토 분담금 인상 요구, 적국 선포 등으로 보복할지도 모른다"며 "트럼프에게 그것(노벨위)이 완전히 독립적인 위원회라는 사실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가 이런 종류의 독립성을 존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노르웨이 정부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불발이 자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현재 미국과 무역협상중이며 미국 수출품에 부과되는 15% 관세 인하를 희망하고 있다. 세실리에 뮈르세트 통상장관은 이번 주 워싱턴 DC에서 미국 관계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노르웨이의 또 다른 걱정은 2조 달러 규모의 국부펀드다. 펀드의 투자 자산 중 약 40%가 미국에 집중됐는데 트럼프가 해당 펀드를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염려도 팽배하다.


일본인 수장 국제기구가 '노벨평화상 수상' 예측도 나와

세계 곳곳의 분쟁을 해결하고 인도적 지원을 추진하는 국제기구들이 노벨평화상 유력 기구로 거론되면서 일본인이 수장으로 있는 국가 간 분쟁을 다루는 'ICJ'와 개인의 전쟁범죄를 다루는 'ICC' 등을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0일 "평화상 수상 예측으로 정평이 난 오슬로 국제평화연구소(PRIO)가 국가 간 분쟁을 다루는 ICJ와 개인의 전쟁범죄를 다루는 ICC 등을 유력 후보로 꼽았다"며 "두 국제기구의 수장은 모두 일본인"이라고 전했다.

오슬로 국제평화연구소는 2023년 당시 이란 인권운동가인 나르게스 모하마디를 유력 후보로 예측했고 적중한 바 있다.

일본 언론이 언급한 국제기구 ICJ 소장은 이와사와 유지 재판관이다. 도쿄대 국제법 교수 출신인 이와사와 소장은 2018년 6월부터 ICJ 재판관으로 재직했으며 현재 ICJ가 심리 중인 주요 사건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해 제소한 이스라엘 사건 등이다.

ICJ 재판관은 유엔 총회 및 안전보장이사회에 의해 선출된 각기 다른 국적의 15인으로 구성되는데, ICJ 소장은 국제법 전문가로서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자리로 인식된다.

또 다른 국제기구인 ICC의 소장은 일본 검사 출신인 아카네 도모코 재판관이다. 아카네 재판관은 2023년 3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아동들을 납치했다는 이유로 전쟁 범죄 혐의를 적용해 체포 영장을 발부한 인물이다. 당시 러시아는 이에 반발하며 아카네 소장을 포함한 ICC 재판관과 검찰관을 지명수배 명단에 올리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ICJ와 ICC는 국제사회에서 평화와 정의 실현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현재 일본인이 수장으로 있는 위 국제기구의 노벨평화상 수상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英 스타머 "가자 휴전 트럼프 덕분"…수상엔 "좀 더 봐야"

일부 국가도 트럼프의 수상을 지지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9일(현지시각) 가자지구 휴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리더십' 덕분이라고 높이 찬양했지만 노벨평화상은 주지하지 않았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스타머 총리는 인도 방문 마지막 날인 9일 뭄바이에서 "가자지구 휴전 협정은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 없이는 성사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합의는 지체 없이 완전히 이행돼야 하며 가자지구의 생명을 구하는 인도적 지원에 대한 모든 제한은 즉시 해제돼야 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스타머 총리는 트럼프가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엔 "더 오래 지속되는 평화를 이룰 수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며 애매하게 선을 긋고, 이어 "지금 중요한 것은 이 합의를 계속 추진하고 이행하는 것"이라며 "내가 지금 집중하는 것은 현재 단계 진전시키고 성공시키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보다 내게 중요하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