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룡 작가·칼럼니스트]

금융지주 회장 자격 검증 강화▷회장후보추천위원회 사외이사 참여 기준▷주주총회 특별결의 권고
▷생산적 부문으로의 자금공급 활성화 ▷사전예방적 금융소비자보호 체계 강화 ▷금융권 디지털 보안 강화

이찬진 금융감독원 원장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0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8대 금융지주 회장들과 만나 금융지주 회장 선임 등에서 반복되는 '악순환 해소'를 위한 지배구조개혁TF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이번에도 이 원장이 "지주회사 투명한 승계 시스템"이란 말을 꺼내 "지주 회장이 이사회를 자기 사람으로 채워 참호를 구축한다"는 지난번 지적 이후 또다시 거론한 만큼 '회추위 구성 문제 해결'이 우선할 것으로 보인다.

이어 "개정 상법의 취지대로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독립적인 이사들'에 의한 견제 기능을 확보할 때 주주와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해, 향후 TF에서 CEO 자격기준ㆍ사외이사 추천경로 다양화ㆍ이사회의 집합적 정합성 제고 등 은행권 고질적 문제를 다룰 것으로 보인다.

고위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임추위(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사외이사가 회장 재임기간에 임명돼, 여기를 '공정성' 문제가 발생하는 지점"으로 보고 "(관치금융 논란이 끊이질 않는 지점)이같은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됐다"고 전했다.


또 사외이사 '임기'가 특정 시점에 집중된 것도 근본 원인 중 하나로 짚었다. 즉 매년 3월 주주총회에서 일제히 선임되다보니 특정 연도와 특정 시기에 임기도 종료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KB금융지주의 경우는 내년 3월에 사외이사 7명 중 4명이 동시에 임기 만료된다. 이 지점에서 '셀프 연임'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 금감원은 '시차임기제'나 '임기차등부여' 등의 방안도 검토 중이다.

2023년 12월부터 시행한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따라 금융지주는 CEO 임기만료 최소 3개월 전에는 경영승계절차를 개시해야 한다. 실제 지주회사별로 4~6개월 전 승계절차를 진행한다.

다만 모범관행에서는 회장 선임에 관여하는 사외이사의 임기를 분산토록 했으나 여전히 특정 시점에 임기가 집중된 형편이다. 회장 재임기간에 선임된 사외이사가 회장의 연임을 결정하고 있어, 여기를 '셀프 연임 지대' '참호 구축 지대'로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금융지주 회장 자격 검증에 공정성 강화와 절차의 투명성, 내부·외부 출신 회장 후보군 개방적 선임을 위한 개선방안도 TF에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직 후보군·은행장·계열사대표·지주 부사장 이상급으로 다양화하고, 당연 지원대상자 및 금융지주 임원으로 3~5년이상 재직한 자로 개방의 폭을 넓히고, 외부 헤드헌터사에도 인재 추천을 받아 '인재풀'을 확장할 필요도 들여다보기로 했다.

특히 BNK금융지주 차기 회장 선임의 경우 '깜깜이', '셀프 연임' 논란이 아직 끊이질 않는 이유를 '절차의 투명성'에 초점을 맞춘다. 이번 BNK 그룹 내부 구성원들에게는 추석 연휴 직전(2일)에 개별적으로 지원서 안내를 했으며, 지원 마감일은 10월 15일로 정했다. 통상 금융지주 회장 선임 과정에는 공개 공모와 일정 공시를 병행하기 마련인데 이번 절차에선 내부 공지만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인사 참여가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지적이다.

많은 지원 서류 등을 14일과 15일 정오 사이에 준비하기에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역 금융권 한 인사는 "역대 BNK금융지주 회장들의 반복되는 '불명예 퇴진'은 '구조적 악순환'에서 나온다"고 딱 잘라 말했다.

사실 BNK금융지주는 2011년 설립한 '국내 첫 지방은행 금융그룹'이라는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14년 동안, 단 한 차례도 회장 임기를 제대로 채운 적 없다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이사회 단독 추천, 내정 인사, 내락된 승인'이라는 '불투명 패턴'을 반복하면서 불법·비리·불명예 퇴진 등 3명의 회장 모두 수난을 겪었다.


또한 이찬진 원장은 "소비자 피해, 대형 금융사고 등에서 금융지주의 역할이 소극적"이다 지적하면서 "금융지주가 개별 자회사의 취약점이나 그룹 전반의 리스크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본연의 의무'를 수행해달라"고 강조했다.
"바젤 등 국제기준 안에서 금융권의 자본 규제 합리화 방안도 모색하겠다"며 생산적 금융 관련한 계획도 전했다.

이에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지주회사 그 위상에 걸맞게 신뢰 회복을, 금융회사의 소비자보호와 내부통제 강화 필요성을 공감한다"면서 "금융감독 정책 방향에 적극 협조하겠다"며 화답했다.


한편 이후 TF에서 회장 연임 시에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통해 주주들의 동의를 받아야하는 절차도 권고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금융지주 중 우리금융지주만 유일하게 시행하는 제도다.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은 3연임을 했으나 특별결의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2018년 윤석헌 금감원장 시절엔 우리금융 회장의 '현명한 판단'이, 2022년 이복현 금감원장 시절엔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과 김지완 BNK금융 회장의 '지혜의 판단'이 요구됐다. 2026년 이찬진 금감원장 시절엔 또 '어떤 판단'이 호명될지...

여하튼 장강의 앞물이 뒷물을 거스를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