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룡 작가·칼럼니스트] 금융감독원이 오랜 기다림 끝에 BNK금융지주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다. 검사 착수에 이어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혁TF를 출범시켜 CEO 선임절차·이사회 의장 소집·독립성·보수체계 등 강력 개혁 드라이브에 "BNK, '만세' 부를까?"가 주목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금융지주 검사에 지난 22일 부산에 3명 파견, 서울 5명의 인력으로 구성해 착수했고 필요하다면 증원도 가능하다. 검사 일수도 내년 첫주까지 (영업일 기준 총 15일) 2주간이지만,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혁TF(은행 부문 부원장보가 이끌고 8개 금융지주 및 학계 관계자 등으로 구성)가 활동하면 검사 기간도 조정될 여지도 있다.
앞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지배구조 TF를 출범해 내년 1월 정도까지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입법 개선과제를 도출하겠다"고 다짐한 바, 이번 TF의 성격이 '속도'보다 '깊이'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어 BNK금융지주에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두고 일각의 지역 금융권 인사는 "금융그룹이 디지털DX 전환, ESG, AX경영 등 글로벌금융시장의 급속 변화에 민첩한 대응과 집단지성·투명성·공정성을 전제한 리더십 필요라는 새시대의 요구를 감당하기에 현 체제로선 역부족이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업무보고에서 '부패한 이너서클'이라 콕집어 지적했고, 이 원장도 '참호 구축'이라는 특별한 용어로 응답해, 세간에서는 BNK금융지주에 대한 '심각한 데이타'는 이미 확보된 것으로 해석한다.
이미 알려진대로 BNK금융지주 대표이사·회장 선임 과정에서 나타난 불협화음은 "'첫단추'부터 잘못 뀄다"는 데서부터 시작됐다. 금감원은 이 지점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알려졌다.
TF에서는 금융지주 최고경영자 선임 절차에서의 '투명성'부터 살피고, 과정에서의 '공정성', CEO가 갖춰야 할 주요 역량(실력) 등 자격 요건을 보다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또 사외이사 추천 경로 및 인재풀의 다양화 등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안과 성과보수체계도 점검할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금감원은 BNK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선임에 '첫단추를 잘못 뀄다'고 가볍게 판단해, 내년초 착수 예정이던 검사를 이번 주로 앞당긴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업무보고에서 "BNK금융지주 관련 투서가 엄청나게 쏟아진다(어찌된 일이냐?)"고 따지자, 이 원장이 "모르쇠로 뭉기적거리다 문제를 더 키웠다"는 혹평도 봇물처럼 쏟아졌다.
그동안 부산지역 여론이 심상찮게 번져가고 있었다. 처음 BNK금융 회장 선임 관련한 절차상의 불투명성을 두고 "이상하다"에서, 나중엔 경남부산 지역의 오피니언 리더들의 항의 성명에도 (잠잠하게 주무시던 더불어민주당 패거리들)조용한 대응을 두고 "수상하다"로 커져가다가,
아무 대응 없이 침묵하던 모르쇠 이찬진과 금융당국을 향해 "위험하다"는 지역 여론에 결국 대통령이 응답한 셈이 돼버렸다. <이상하다→수상하다→위험하다.>
한편 지역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 일각에서는 '이복현과 이찬진'의 차이점을 '속도'에 둔다. '검사 칼잽이 전광석화'와 '특검 느림보 묵묵부답'을 비교한 것이다. 하지만 '깊이'에 초점을 두면 '지배구조·구조개혁·근본·기본에 대한 고려...'라는 키워드로 대비된다. 즉 이번 검사가 '정치·정무·임시적 변화'가 아니라 '근본·기본·구조적 개혁'을 지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하여 이번의 검사 결과가 BNK금융그룹 빈대인 회장의 연임과 타 금융지주사 차기 회장 선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찬진 금감원장은 년 초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정례적 성격이 강한 일정이라지만 연말부터 연초까지 '금융지주 지배구조' 관련 행보가 지속되는 것은, 전에 하지 못했던 금융감독원 자체의 개편 의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이는 금융당국의 개혁으로 이어질 것으로 짐작된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취임 이후 금융회사 지배구조 문제를 여러 차례 지적했었다.
이달 초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도 "금융지주사는 사회적으로 상당한 공공성이 요구되는 조직임에도 이사회가 균형 있게 구성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회장의) 연임 욕구가 과도하게 작동되는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관치금융'이라 우려하지만 이 또한 자가당착의 목소리다. 윤석열 정부 때의 이복현 원장이 휘두른 '칼 춤(?)'을 소환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된다.
게다가 BNK금융그룹 내 '칼질의 상처'는 아직 깊이 잠복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