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룡 작가·칼럼니스트] '시간의 주름'이 급격히 접힐 때, 가열차게 직진하던 '설국열차' 옆구리가 터졌다.
파멸보다 더 무서운 건 인간의 태도다. 1단계, 조짐: 외면한다. 2단계, 징조: 오만하다. 3단계, 징계의 때에 모르쇠...
이어 내로남불.몰랐다.기억에 없다.중독.관성.3무의 극치를 달리다가 '게임하랬더니 계엄하고 자빠지는 현상'이 먼지처럼 흩날리게 된다. 이를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Herbert William Heinrich)는 '1:29:300 법칙'이라 했다.
마카.뻥 와룡은 이를 <이.수.위 매트릭스>라 부른다. '이상하다→ 수상하다→ 위험하다', 경로를 따라 '노인과바다'가 함몰 중이다. [DIGITAL創世紀 中]
"바람이 심하다, 저기 잠시 깃들다"@티벳에서 심상하 作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장관직 사퇴에 따라 '2026지방선거 부산판'이 격동하고 있다.
12일 발표된 갤럽 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56%로 전주 대비 6%p 하락했다. 이에 여권에서는 부산광역시장 후보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 대체후보들이 벌써 거론된다. 반면 국민의힘은 표정관리를 하는 가운데 출마 희망자가 늘어날 전망이다.
그간 전 장관은 2026년 부산시장 선거에 유력한 여권 후보로 거론됐다.
지난 9월 13~15일 부산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무선 100% 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한 '차기 부산시장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전 전 장관은 17%, 박형준 현 부산시장은 15%를 기록하는 등 전 장관은 박 시장과 양강 구도를 형성한 유일한 여권 후보였다.
지난 11월 25일 발표된 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의 부산시장 적합도 조사에서도 전 장관은 27%로 범여권 후보 중 국민의힘 현역 박형준 시장(33%)과 유일하게 오차범위 내 접전을 보였다.
하지만 '통일교 게이트(?)'로 중도 하차가 예상되면서 부산시장 선거판(지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상하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 하지만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 혹은 "너무 느리다...?"
지난 2일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정교분리 원칙을 어기고 종교재단이 조직적·체계적으로 정치에 개입한 사례가 있다. 이는 헌법위반 행위"라며 법제처에 엄정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
이어 9일 국무회의에서도 "불법 자금으로 이상한 짓을 하는 종교단체의 해산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는데, 검토해봤느냐,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 지탄받을 행위를 하면 해산시켜야 한다"고 조원철 법제처장에게 재차 강조했다.
그리고 11일 오전,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유엔해양총회' 유치 활동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장관직 사의를 표명했다.
이 대통령은 전 전 장관이 11일 오전에 사의를 밝히자, 11일 오후에 즉각 사표를 수리했다. 정계 일부 시각은 '통일교 게이트' 파장을 조기 차단하려는 조치로 해석하지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12일 "국가수사본부에서 수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야권 공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한편, 앞서 통일교 윤영호 전 본부장이 민주당 전재수 의원에게 '고가의 시계들과 현금 4천만 원을 건넸다'는 진술은 지난 8월 민중기 특검팀에서 조사받을 당시 이미 파악된 걸로 나타났다. 그땐 오거돈 부산시장이 당선되고 두 달 정도 지난 시점인데, 전재수 의원은 선거캠프에서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의혹이 불거지자 전 장관은 현 정부의 국정 운영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사의를 표명했고, 이를 즉각 수용했다. 현 정부 출범 후 장관이 자진 사퇴한 '첫 사례'가 됐다.
이를 두고 부산 정계 일각에서는 "너무 느린 놈은 놔두고, 너무 빠른 놈은 보낸다"고 했다. 이는 지역은행 BNK리더십 선임 과정에서 부산지역 해산의 고통에 금융당국이 너무 느리게 반응하는 반면, 정부 정책에 수용력 흡수력 빠르게, 젊고 민첩하게 반응하는 전 장관 '사의'에 너무 빠르게 반응하는 중앙 정부를 빗댄 것으로 보인다.
수상하다
전 장관의 사퇴로 국민의힘은 부산시장 선거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분석과 함께 현 박형준 시장만 아니라 부산시장 출마 희망자들이 늘어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현재 국민의힘에선 박 시장이 3선 도전에 나선 가운데 김도읍 정책위의장(4선·부산 강서), 조경태(6선·부산 사하을)·이헌승(4선·부산 부산진을) 의원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안철수 의원까지 "전재수, 사퇴 후 부산시장 출마로 김경수 길 준비하냐~"며 가세했다.
안 의원은 11일 페이스북에 전 장관을 겨냥해 "사퇴 후 부산시장 출마로 김경수의 길을 준비하나"며 부산시장 출마 여부부터 분명히 밝히라고 촉구했다.
또 "공소시효 만료까지만 버틴 후 국민의 눈을 가린 채 부산시장에 당선되고 싶은 건가"라며 "오늘 아침 '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말한 만큼 부산시장 출마 또한 접겠다고 밝히는 것이 마땅하지 않나"고 지적했다.
이어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언급하며 "김경수 당시 민주당 의원은 자신과 무관하다면서 호기롭게 경남지사 출마를 선언했다"면서 "잠시 도민들을 속여 당선됐지만 결국 진실이 밝혀져 철창신세를 피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럼에도 끝까지 양심수를 자처했고, 이 대통령에 의해 장관급 자리를 받은 후 또다시 지방선거를 기웃대고 있다"며 "공소시효 만료까지만 버틴 후, 국민의 눈을 가린 채 부산시장에 당선되고 싶은 건가"라고 했다.
부신 정치판에 '잔혹 동화'가 요동치는 듯하다.
위험하다
일각에선 전 장관이 수사를 받으면서도 무죄를 주장하며 부산시장에 출마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상혁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1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본인이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고 그런 부분들은 분명히 밝혀질 것"이라며 "전 전 장관이 (부산시장) 후보군에서 빠졌다고 가정하는데,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지원 의원도 같은 날 SBS라디오에서 "저는 전재수 의원의 결백을 믿기 때문에 빨리 수사에 협력해서 혐의 없음이 밝혀지면 오히려 부산시장 선거에 플러스가 된다 그렇게 보고 있다"고 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1일 MBC라디오에서 "(전 장관이) 저에게도 당당하고 아무 거리낌 없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전 오히려 장관직을 내려놓는 공직자의 참된 자세를 통해서 예를 들면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면 개인적으로 봤을 땐 오히려 전 장관이 더 큰 정치인으로 성장할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재성 전 부산시당위원장은 지난 10월 출마 선언을 했다. 지난 총선 당시 민주당 영입인재 2호로 발탁된 이 전 위원장은 CJ인터넷 이사, 엔씨소프트 전무, 자율주행 스타트업 CEO 등을 역임했다.
정치권 부산판에서는 부산 남·을에서 재선(20·21대)을 지낸 박재호 전 의원과 부산 사하·갑에서 재선(20·21대)을 지낸 최인호 전 의원, 문재인 정부에서 해수부 장관을 지낸 김영춘 전 의원의 이름도 거론된다. 또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나서야 한다는 소리도 나온다.
더욱 위험한 것은, 시세時勢에 대한 몽매함이다.
부산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오거돈 전 시장의 '오명의 길'을 말끔하게 정리하지 못했다. 그 시세를 온존 유지 누리면서 뉴노멀을 맞이할 수는 없는 일이다.
반면 국힘은 그 '오명의 그늘'에서 서식하는 기회를 만들었다. 지난 '오명의 사퇴' 이후 이어진 보궐선거, 윤석열 당선 '신혼의 후광'으로 이어진 리더십이라 볼 수 있다.
"과연 내 실력으로 개척한 시장이었나?"라 질문하고, 정직하게 대답해야 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위험하다.
다른 영역... 금융권 또한 그렇다.
입력 2025.12.15 08:11 조회수 774 ----> 바람이 심해 여기 잠시 깃든다/ 을사년1216새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