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첫눈 첫사랑' 권순갑

김상출 승인 2020.11.10 17:27 | 최종 수정 2020.11.10 17:34 의견 0

                            첫눈 첫사랑

                                                              권순갑

길게 늘어선 가로등 불빛이 따갑도록 내리쬐는 깊은 밤하늘에서 내려와 소복이 쌓여 창문 열면
금방이라도 날려 들어올 것 같은 눈발이 첫눈 이었다
전봇대에 기댄 청춘은 깊숙이 빠져든 사랑에 가슴 파묻은 시간은 자정을 넘나든다
저리도 해어지기가 벅찬가 내려다보는 이도 애처롭기를 더한 날이 첫눈 오는 날이기도하다
솟구치는 정열의 발산은 어찌하겠는가 마는 그래도 그렇지 긴 시간을 저러고서 보고 있자니 까만 게 잃어버린 첫사랑이 하얀 눈이 되어 내
곁에 오는 것 같아 가슴에 방망이질을 해대도 이젠 소용없는 긴 세월이 추억도 삼켜 버린 날도 첫눈 오는 날이었다
눈 오는 날이면 반월성에 올라 몰래 목덜미에 눈송이 넣고
"날 잡아 봐라"
"잡히기만 해 바라 죽일 끼다"
냅다 달리다 눈 위에 벌러덩 누워 한입 가득 모금은 눈은 첫사랑과 함께 달콤하기 짝이 없었다
첫사랑이 떠나고 눈이 와도 눈이 쌓여도 그 맛을 잃어버렸으니 또한 사랑이 왔지만 가슴에 사무친 첫사랑만 하겠는가
어느 가을날 목화예식장에 들어갔다 나오니
옆 찌기가 덩그러니 내 안방에 누워있더라
꿈속 첫사랑 달콤한 찐한 키스에 헤매다
"여보 일어나요"
그녀는 더 멀리 달아나고 흠상 굿은 목화예식장 그녀가 밥 묵자나 뭐 그렇고 있으니 마음 한구석
에 "여유 큰일 날 뻔했다"
첫사랑 들켜 서면 어찌 했겠노 안도의 한숨을 쉬는 것도 아마 첫눈 오는 날이 아닌가 싶다
뭐든지 처음은 설레고 희망이고 바람이고 약속 이고 다들 새롬은 게 처음이다
그 누구도 처음이 없겠는가 처음 중에 첫눈 오는
날 첫사랑을 했고 첫사랑에 첫 아픔에 첫 이별 이니 처음은 어색하고 이루 말할 수 없는 게 처음 이다
오늘도 청춘 남녀가 첫사랑에 첫 키스에 첫눈 이면 밤새워 전봇대에 기대어 찐한 키스도 용인 해 주는 날 펑펑 함박눈이라도 내려주길 바랄 뿐이다
사랑은 눈을 타고 하늘에서 내려와 나를 만나 다니 첫사랑 지금쯤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이런 생각은 욕심이 과한 것이 분명하겠지 그지요

사진=무료이미지 픽사베이(전체), 좌측하단(권순갑)
사진=무료이미지 픽사베이(전체), 좌측하단(권순갑)

 

▶프로필
-출생:경주
-시의전당문인협회 회원
-시.수필 .사진작가
-사진전시회10여회
-시집:내마음의 풍경소리

김상출 기자 ynyhnews@ynyonhap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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