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룡 칼럼]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본 "이재명 흔들기"

국민의힘 3.8전당대회 '붐 업'으로 尹대통령 지지율 올려야...

칼럼니스트 정하룡 승인 2023.03.04 08:56 | 최종 수정 2023.03.08 09:45 의견 0


'선거'는 현대 민주주의의 꽃이라 할 수 있다. 이 꽃은 '유권자의 소망'으로 피어난다. 유권자의 소망은 '투표'로 나타나는데, '선거 전문가'들은 이를 크게 '판세'로 예측한다. '판'을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지형, 구조, 시스템으로, '세'를 바람이다 추세다 흐름이다 부르며 설명한다.

대한민국의 '소선거구제'가 바로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비유되는데, 이 '안경'으로 소선거구제를 보자. 확실히 소선거구제로 치러지는 총선의 1차 승부처는 선거구도의 싸움이라 하겠다. 여기서는 분열하는 쪽이 망한다. 여야 중 분열하는 쪽은 불리한 선거지형에서 선거를 치러야 한다.

내년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에 개최될 국민의힘 3.8전당대회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 구속영장 청구와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은 각각 여권분열과 야권분열의 '트리거'이다.

우선 윤석열 대통령은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 당' 승리보다 '윤석열 당'에 대한 욕망이 더 강한 듯하다. 총선패배에 따른 '레임덕' 방지 차원을 넘어 여당에 대한 단속력(?)을 높이겠다는 강한 욕구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3.8전대는 윤 대통령의 이러한 정치적 욕구가 투영되는 장이다. 그래서 '윤핵관'이 더욱 강력해지고, 바로 같은 이유로 '비윤계'가 등장하면 안 되는 것이다. 또 정치적 힘이 비윤계로 쏠릴 경우 '여권 분열'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역학관계가 성립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월 27일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가까스로 부결시켰다. 그러나 '이재명 사법리스크'는 끝이 아니라 본격적인 시작이다. 야당으로부터 '정치검찰'로 지목받은 대한민국 검찰은 자기 생존을 위해서라도 '이재명 사냥'에 전력을 기울일 것이고 '쪼개기 소환' 등으로 집요하게 괴롭힐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검찰의 '이재명 사냥'이 (국힘이 그렇듯이) 민주당 '비주류'에게 정치적 공간을 넓히는 쪽으로 작동하게 된다면 이 또한 '야권 분열'의 촉매가 된다.

여야 선거지형의 싸움, 그러니까 기울어진 운동장의 무게중심을 누가 먼저 차지하느냐의 싸움은 자기 진영의 분열을 막고 상대 진영을 분열시키는데 있다. 선거프레임 전쟁의 역사는 깊다. 민주화 이후 1987년 대선 야권분열, 1990년 3당 합당, 1995년 김종필 자유민주연합 창당에 따른 여권분열과 1995년 지방선거와 1996년 총선, 1997년 대선 디제이피(DJP)연합,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의 '친노와 호남 분열', 2016년 총선 '민주당-국민의당'의 야권분열, 2017년 대선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분당 등의 맥락이 있었다.

87민주화 이후 모든 선거는 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이기는 쪽이 승리했다. 소선거구제의 특성이 작용해 여권이 분열하면 야당이 승리했고 야권이 분열하면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 전개로 여당이 순항했다. 단 2016년 총선만이 예외였다. 당시 모든 선거전문가는 야권분열로 새누리당 과반 의석 확보를 점쳤지만 패배했다. 이에 대한 정치적 해석은 분분하다.

분명한 것은 현 여권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천 개입과 비박계에 대한 공천 학살에 따른 '여권 분열'을 패배 원인으로 인식하고 있다. '친노와 호남'의 분열처럼 공식화되진 않았지만 지지층 내부에서의 '친박 대 비박'의 갈등을 분당 수준이었다고 보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 당원들은 이를 '트라우마'처럼 안고 있다. 이러한 해석을 수용하면 2016년 총선은 여권분열'과 '야권분열'이 동시에 발생한 선거다.

기울어진 운동장 싸움의 중심축에는 '정치지도자'와 '정치적 대중(고관여층)'이 있다. '지역정서와 결합한 3김(金)', ‘친노와 노무현’처럼 정치지도자와 이에 일체감을 갖는 정치대중(현대에는 '팬덤'이라 부른다)이 선거구도 재편의 주역이다. 2016년 총선 국민의당의 성공은 '안철수와 호남'의 결합 없이는 가능하지 않았다. 2000년 총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에 반기를 들었던 조순, 김광일, 박찬종, 김윤환 등의 민국당은 여러 정치지도자가 존재했지만 이들을 따르는 정치적 대중은 없었기에 실패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벌어질 기울어진 운동장 싸움에는 '윤석열 대 이재명'이라는 '인물 대결구도'는 확실한 전선을 형성한 상태다. 이 '윤석열 대 이재명' 대결구도가 그대로 가고, 여기에 '정치적 팬덤'이 더해지는 구도가 오는 대선 승패의 키워드가 될 것이다.

그러나 검찰수사 등으로 이재명 대표 '정치적 대중(팬덤)'이 흔들리면 야권분열,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30%선 아래로 떨어지면 여권분열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적(敵)은 이러한 '이란'이 아니라 이재명 대표가 정적(政敵)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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