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룡 칼럼니스트] 금융감독원 검사가 진행 중임에도 30일 BNK금융지주는 자회사 최고경영자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로 BNK금융 차기 대표이사·회장 연임과 관련해 부산지역 여야 정치권·금융권·시민단체 안팎으로 또 다시 술렁이기 시작했다. 특히 의혹의 눈초리가 '이찬진이 이상하다'로 번지는 듯하다.
당초 BNK금융을 에워싼 대답없는 질문들, 해소되지 않은 의문들, 현재진행형인 의혹들, 게다가 '전재수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까지 더해져 '폭발 직전의 부산 여론'은 금감원의 '사이다 발언'을 기다리던 참이었다.
그동안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0월21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 "BNK금융 회장 선임 절차의 정당성"에 대한 질문에 "'특이한 면'이 많이 보여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10월29일 경남·울산지역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제기한 "BNK는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와 연계된 도이치모터스·도이치파이낸셜 계열사에 100억 원대의 '무담보 신용대출'을 제공했다는 의혹"에도 '사이다 발언'을 기대했다.
12월1일 이 금감원장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들러리 후보'라는 뜬금없는 단어에 '찐 들러리'들이 긴장했을까? 아니면 '어떤 시그널'로 여겼을까? 여하튼 '사이다 발언'은 아직 없다.
12월3일 부산 시민단체의 "BNK에서 진행되고 있는 차기 회장 선임 과정은 법과 원칙을 무시한 명백한 '금융 농단'이며, 지역 금융기관을 특정 세력에게 헌납하려는 시도"라는 항의에도 '사이다 발언'은 묵묵부답이었다. 일각의 부산 시민단체 인사는 "불러도 불러도 대답없는 이름이여...부르다 부르다 내가 죽을 이름이여..."라며 슬프게 노래했다.
12월4일 또 다시 경남·울산지역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이 모였다. "BNK금융지주는 불투명하고 이해상충이 심각한 임원추천위원회의 모든 절차를 즉각 중단하고 해체하라... 금융감독원과 감사원은 BNK금융의 회장 선임 과정 전반의 불법과 부정, 정권 실세 특혜 여신, PF대출 실패, 내부통제 실패 등 경영 실패에 대해 특별 검사 및 감사를 실시하라..."는 항의에도 아직까지 '사이다 발언'은 없다.
"회장들의 연임 욕구가 과도하게 작동되는 문제는 거버넌스 건정성 염려..." "굉장히 우려스럽다" "캄보디아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1000억원이 넘는 예금거래는 비정상적일 수 있다" "국제 범죄조직으로 지목된 단체와의 거래는 은행 내부통제 차원에서 검증이 필요하다"
이후 사람들은 이찬진 원장의 입에서 나온 '언술'에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최근 국민주권 정부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당국 업무보고 자리에서 금융기관 지배구조와 관련해 "가만 놔두니 '부패한 이너서클'이 생겨 멋대로 소수가 돌아가며 계속 지배..."라 지적하자, 이 원장은 '참호 구축' '지배구조' '구조 개혁' 등 마뜩찮은 듯한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이 원장의 입술과 발걸음과의 거리는 너무 멀고, 목소리는 흐릿하고 모호하며 그의 행보는 너무 느리고 어딜 향하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이는 30일 국민의힘 당에서 한 '사과'와 이찬진 원장의 '레토릭'과 많이 닮았다고 설왕설래 중이다.
핵심은 '모호함'이다. 사과의 주체와 대상이 직접적이지도 구체적이지도 않다. 그리고 내용도 없다. 누가 누구에게 사과를 하며, 무슨 내용을 사과하느냐?고 재차 물어야 한다. '참호 구축'도 마찬가지다. 주체가 불분명하다. 'JB냐? BNK냐?' 그래서 또다시 물어야 한다. "누구의 참호냐?" "누가 참호를 파.파.파?" 문장의 끝은 항상 흐리다. 그러니 "윤석열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으로 활동한 것"까지 '참호를 파고파니파동'으로 이어가게 만든다.
또 부산사람 기질이 대체로 급하다. 좋은 말로 '다이내믹하다'. '깜깜이.. 짬짜미.. 첫단추부터...'를 숨 넘어갈 듯 외치는데, 이찬진은 질기고 질긴 고래심줄 '지배구조'를, 오래오래 잘근잘근 씹어야 단물이 조금 나오는 '구조개혁'으로 질금질금 얘기한다.
여기에다 '전재수 통일교(?)'가 엎치고 '이혜훈 새 장관'이 덮치면, 여론은 더욱 '수상한 쪽'으로 흐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전 금감원장과 비교도 된다. 상대적으로 '별 것 없군!'으로, 결국 '그놈이 그놈이군..'으로 새 정부의 권위가 무너질 경우 '위험한 지경'에 이르게 된다.
지역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가장 기초적인 것, 기본질서부터 잘못됐는데, 이걸 무시하고 지나갈 경우 금융당국의 신뢰도는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라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