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어머니의 손맛' 박성수

김상출 승인 2019.12.20 13:07 | 최종 수정 2019.12.20 13:12 의견 0

        어머니의 손맛

                                           박성수

옅은 운해 걷히고
여명이 밝아오는 들녘에는
입동을 제촉하는 찬서리 내려앉고

나는 논바닥 포기마다
하나둘 누워있는
*퇴마냥 벼 이삭을 줍는다

장작처럼 메마른 어머니의 손끝은
변하지 않는 손맛으로
*접신처럼 엿기름을 부어가며
*단술을 빚어내고

동네 사람들은 *한 축되어가는
어머니 손맛에 혀를 껄껄 차며
뒷짐을 지고 양반걸음으로
동네 한 바퀴를 돌고 돈다.

저녁 햇살은 허기진 그리움에
메말랐던 갈증에 목젖을 축이며
산 *모롱이 휘휘 돌아서
서산에 걸터 앉는다.

사진=무료이미지 픽사베이(전체), 좌측하단(박성수)
사진=무료이미지 픽사베이(전체), 좌측하단(박성수)

*퇴마냥: 아주 늦게 심은 모
*접신: 몸에 신령이 지핌
*단술: 쌀밥에 엿기름을 부어 삭혀서 끓인 음료
*한 축: 어떤 일이 한바탕 크게 일어남 *모롱이: 산 모퉁이에 휘휘 돌아간 곳

▶프로필
-박성수 아호: 녹산 통영거주
-시인, 아동문학, 시조시인, 수필가
-(사)창작문학예술인 협회 정회원
-부산시 청소년 창작문학 지도자 대상 수상
-제9회 역동 시조문학상 수상
-제2회 윤동주 시인 101주년 전국 백일장 대회 우수상 수상
-대한민국 도전문화예술 지도자 대상 수상
-제주도 작사 응모전 전국 최우수상 수상
-열린 동해문학 연합회 문학 작가 상 금상 수상
-현)종합문예 유성 울산 경남지회장

김상출 기자 ynyhnews@ynyonhap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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